- <휴일>의 57년, <깊은구지 마을 영화>의 미상영이 던지는 질문을 합니다!..
2025년 9월 4일 오후 2시 30분.
나는 드디어 이만희 감독님의 1968년 작품 <휴일>을 스크린에서 만납니다.
검열관의 무지로 인해 ‘졸작’으로 낙인찍히느니, 영화제작자 홍의봉, 전옥숙 대표, 백결 시나리오 작가, 이만희 감독까지도 그 불합리함에 저항하며 끝내 봉인시켜버린 영화 <휴일>.
이 작품을 57년 기다렸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그것을 극장에서 비로소 온전하게 마주합니다.
9월 4일 ‘휴일’ Holiday 영화상영이 끝난 순간, 저는 개막작에 오신 관객들에게 제가 온전히 느낀 작품을 알리고자 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이 작품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망’이라고 혹평해 온 영화활동가들의 무책임한 평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에서도 반드시 질문을 할 것입니다.
- ‘예술에 대한 무지’가 한 작품을 지우는 방식
저는 2014~2015년, 부천 깊은구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2년에 걸쳐 노인, 청년, 아이들과 함께 삶의 기억을 담고, 정체성을 되살리는 영화 <깊은구지 마을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여파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 제가 기회한 작품을 저작권 침해를 하며 외부 청년들이 기획과 연출의 공을 가로채며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여 상영을 해버렸습니다.
• BIFAN조직위는 이러한 사실관계의 면밀한 확인없이 메르스 여파란 이유와 2016년 저작권 침해소송중이라 야외상영을 배제했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주민들과 함께한 추억과 기록, 그리고 창작의 결과물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마치 <휴일>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는 무지와 권력에 기생하는 방관자들의 결합에 의해 ‘소멸’되었던 것입니다.
- ’지역영화’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는 예술들
지역 영화, 마을 다큐멘터리, 공동체 영화…
이런 이름을 붙이면 예술의 수준이 낮거나, 대상이 취약하거나, 관심이 적어도 된다는 ‘묵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든 <깊은구지 마을 이야기>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닙니다.
부천의 역사, 공동체 기억, 미래 비전을 담은 정제된 영화였습니다.
• 서울역보다 먼저 지어진 소사역,
• 부천 유일의 극장이었던 소사극장,
• 우시장, 깡시장, 도당제, 하우고개 등 부천의 역사적 유산…
이 모든 요소를 정성껏 담아냈고, 주민들이 참여하여 공동체 회복의 과정까지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상업성이 없다, 지역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예술적 기획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몇몇의 무지한 방해로 스크린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 <휴일>과 <깊은구지 마을 이야기>는 닮아있다
• <휴일>은 이만희 감독님의 예술성과 시대정신을 담은 걸작이었습니다.
• <깊은구지 마을 이야기>는 지역 공동체와 삶을 잇는 다리이자, 기록의 예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시대의 무지, 검열의 오만, 창작자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존재조차 지워질 뻔했습니다.
- 저는 다시 묻습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창작자와 공동체, 감독과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든 영화가 한 순간의 ‘무지’와 성과 가로채기로 사라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습니다.
창작물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역사이며 자산입니다.
<휴일>이 다시 스크린에 걸리는 이 순간,
저는 다시 한 번 <깊은구지 마을 이야기>를 상영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술에 대한 존중은, 우리 삶에 대한 존중이며 기억과 공동체, 미래에 대한 책임입니다.